이 글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 및 단체명은 실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이 글에 나오는 등장인물은 모두 성인이며 가상의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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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러운 것은 아직 내 방 안 작은 냉장고엔 작은 생수병의 절반정도에 해당하는 식수가 있었고
이 음식물의 양은 많지 않아 무언가 차갑고 딱딱한 것을 목구멍으로 넘기는데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
만에 하나 목에 무언가 걸렸다고 해도 기도가 막혀 죽을 일은 없었다는 점이다
모종의 계획을 세운 후, 처음으로 그 과정에 대해 후회하는 밤이었는데
그 후회를 시작한 계기조차 사소하다는 생각이 들어 무심코 피식 웃어버렸다
하찮네 하찮다...
나즈막히 욕지거리를 내뱉은 다음 블라인드를 걷고 창문을 열었다
조용한 주택가
평일
막 자정을 넘긴 시간
불이 켜진 집 보다 꺼진 집이 많고 저 멀리 누군가의 목소리
그 너머의 자동차 소리
멀리서 빛나는 달빛과 그림자가 꽃 같다
안다 부질없는거
하지만 적어도 이 좁은 방에 창문을 열었다는 그 사실 하나에
멈추었던 나의 시간이 다시 조금이나마 움직였고 그걸 자각햇다는 사실은 조금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렇게 그 밤은 지나갔고 몇 시간이나 창밖을 멍하니 보던 나는 어느덧 떠오른 해 때문에
피로를 느껴서 창을 닫고 블라인드를 다시 쳤다
완전히 빛이 가려지는 검은색 커튼을 달았으면 더 좋았을걸 하고 후회하며
그렇게 나는 남들과 뒤틀린 시간 축을 이어가야 했다
일어나 지금이 몇시인줄은 알아?
시끄러운 소음에 잠을 깼다 대체 왜 소리를 지르는거지?
몰라 그리고 소리좀 그만질러 난 어제 밤에 일어났고 새벽에 겨우 잠든 참이야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이유는 모른다
발소리가 들렸다
블라인드가 걷히는 소리가 들렸다
창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내 방의 시간은 멈춘 채였다
이불속에서 몸을 웅크린 채 눈을 뜨지도 않고 물었다
몇신데?
....... 머리맡에 시계 있으니까 니가 확인해
그래
머리맡에 손을 뻗어보았지만 시계는 없었고 대신 휴대전화가 손에 잡혔다
홈 버튼을 눌러 시간을 확인한다
9시
그리고 그 밑에 메시지가 있다는 알림이 몇개
부재중 전화도 있었다
아마 어제 확인하지 않았던 탓에 재차 전화가 온 것이겠지
그러나 액정의 밝기가 너무 밝아 막 눈을 뜬 참에 확인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그대로 덮어버렸다
다시 자는거야?
이번엔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응 피곤해 오늘 해뜨는거 보고 겨우 잠들었어
평소에도 잘 못자긴 하지만 두시간 자고 일어나는건 도저히 못하겠어
그래... 미안해 오늘은 내가 잘못했어
누그러지다 못해 약간 풀 죽은 목소리로 더욱 더 작아진 목소리로 대답이 돌아왔다
안쓰러운 마음도 조금은 들었지만 사실 나도 어쩔 도리가 없다
신경 써주는 점은 고맙지만 그렇다고 이미 한계에 가까운 피로를 더 누적하는것도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나도 좀 누그러진 목소리로 대답해주기로 했다
...아냐 그럼 난 잘건데 넌 어떡할래? 여긴 아무것도 없어
돌아갈게 더 자
그래 그럼 조심해서 가
배웅 못해주겠다
그래... 알았어...
그 뒤에 무언가 말을 한 것 같았지만 마치 무언가에 빨려 들어가듯 잠들었다
블라인드가 저녁 노을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었단 사실을 깨달은건
때마침 온 한통의 전화에 불이 들어온 액정에서
지금 시간이 여섯시가 조금 덜 된 시간이라는 걸 본 그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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